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

그래, 이게 아마 서양 영화의 제목일 거다. 나온 지도 오래 된 걸로 기억된다. 그런데 실은 내가 이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. 다만, 제목만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. 내가 노인이 됙 전까지는 이 제목도 머리에서 까마득히 잊혀져 있었다. 그러다 어느날 산책을 하다 넘어져 손가락 뼈를 부러뜨리면서 불현듯, ‘아! 내가 노인이 되었구나!’라는 자각과 함께 이 영화 제목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.

그렇다. 노인이 된 지금 돌아보아도 내게 ‘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.’ 또한 노인은 서서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‘갑자기’ 들이닥친다. 여자가 되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, 신체의 기능이 점점 떨어지다가 남자라면 성기능에 장애가 생겼을 때 노인은 갑자기 찾아온다.

그런 날 이후 느려지던 발걸음은 더욱 느려지고 손가락 뼈가 부러지면 곧 발가락 뼈도 부러지는 날이 찾아온다. 그리고 젊은 시절부터 별곳 아닌 것처럼 달고 살던 온갖 종류의 병이 실재화되어 노인이 된 나를 방문하게 된다.

두려운 일이다. 이 두려움이 한동안 나를 둘러쌀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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